한 집 배달이 지고, 두 집 배달이 뜨는 이유

최근 배달의민족(배민)에서는 '알뜰배달'을, 쿠팡이츠에서는 '세이브배달'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묶음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단건 배달에 이어 다시 묶음 배달 서비스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는 소리인데요. 오늘은 이 서비스들이 기존의 것과 어떤 점이 다른지, 왜 다시 뜨고 있는지 그간 업계의 흐름을 훑어보며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 자체 배달, 단건 배달 서비스의 출범

음식 배달이 등장한 이래로 배달 시장의 큰 지각변동은 첫째로 ‘주문 앱’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문이 편리해짐에 따라 소비가 활발해 진 것인데요.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등 초기 주문 앱 성장에 따른 시장 활성화 시기에 배달은 보통 가게에서 직접 고용한 배달원이나 배달대행사를 통한 배달이 일반적인 행태였습니다.

그러다 쿠팡이 ‘한 집만 배달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체 배달(Own Delivery), 단건 배달 서비스를 표방하는 쿠팡이츠를 출범하면서 또 한번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자체 배달이란, 플랫폼사가 고객의 주문과 사장님을 연결해 주는 주문 중개뿐만 아니라 직접 라이더를 확보해 배달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개념인데요. 그러면서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가능하도록 해서 소비자에게 ‘단건 배달’을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죠.

일상의 대전환점 코로나19를 맞으며 빠른 배달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졌고, 배달 시장의 속도전에도 점점 더 열이 올랐습니다. 요기요도 자체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시작하고요. 단건 배달의 인기, 쿠팡이츠의 약진에 대응하기 위해 배민은 자체 배달 배민라이더스에 단건 배달을 합친 지금의 ‘배민1’을 키워가죠. 라이더 영입을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는 등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으며 배달 업계는 코로나 특수를 타고 말 그대로 폭풍성장했습니다.

오픈서베이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1 (p.9) [출처: 오픈서베이]

💸 단건 배달, 피할 수 없었던 비용의 압박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특수한 요인으로 인해 배달 수요가 갑작스레 폭증했지만, 배달을 수행할 수 있는 라이더 공급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못했습니다. 21년 상반기 기준, 배달 시장이 4년 새 10배 이상 커지는 동안 배달 라이더 수는 2배가량 증가했을 뿐이었죠.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하자 배달비가 조금씩 요동칩니다. 배달팁만 1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더욱이 주문플랫폼에서 라이더를 직접 관리하는 자체 배달은 그 구조적으로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에 한 건만 처리해야 하기에 라이더의 효율이 제한적인 단건 배달은 배달비 인상의 압박이 더 가중되고요.

게다가 초기 상점 영입과 고객 확보 등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태웠던 터라, 단건 배달 플랫폼사들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상점/라이더들에게 주어지던 초기 혜택이나 수수료 프로모션들은 그렇게 자연히 점차 축소되었죠. 그에 따라 라이더는 저하된 수익성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고, 상점은 줄어든 혜택과 늘어난 플랫폼 배달 수수료를 상쇄할 만큼의 배달비 인상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고요.

배달비는 치솟았지만, 라이더, 상점주, 소비자 누구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비판적인 의식이 퍼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면역이 갖춰지면서 과열되었던 시장도, 소비자들도 차분해졌고요. 배달앱 이용자는 전월 동기 대비 10%가량 줄어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 모두에게 효율적인 배달이 필요해요

배민을 통한 배달주문은 크게 두갈래로 나뉘죠. ①배민은 단순 주문중개만 하고 배달은 상점과 별도로 계약된 배달대행사에서 수행하는 '배달' 주문의 형태가 있고,  ②배민이 주문중개와 배민 라이더의 배차 등에 직접 관여하며 진행되는 '배민1'의 형태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민1이나 쿠팡이츠는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라이더를 직접 운영하는 자체 배달·단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해온 것인데, 비용 문제에 맞닥뜨리자 수행 효율을 높일 '묶음 배달'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라이더가 동선에 따라 1건 이상의 주문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라이더의 수익 효율성을 개선하고, 단건 배달이 부담스러울 상점주나 고객에게 또한 상대적으로 배달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주문 화면 캡쳐 이미지 갈무리

배달대행사에서 보편적으로 행하던 묶음 배달 형식에 대응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표방하며 단건 배달을 직접 운영하던 플랫폼사에서, 다시 기존의 묶음 배달 방식을 도입하게 된 형색이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묶음 배달의 효율성은 실제 바로고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바로고 라이더의 수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건으로만 배달한 라이더보다 '묶음 배달'을 수행한 라이더의 동선 효율성*이 24%가량 높았는데요. 이 차이는 배달 극성수기인 겨울엔 약 37%로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동선 효율성이란, 라이더의 시간당 배달 건수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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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바로고 딜리버리 리포트 [출처: 바로고]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며 숨 고르기에 들어섰던 배달업계. 단건 배달로 각축전을 치르던 플랫폼사에서 최근 ‘묶음 배달’ 카드를 꺼내 듦과 동시에 각종 소비자 할인 정책을 내세우며 분위기 전환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경험을 통해 배달 서비스의 편리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워낙 급변해 오다 보니 그 속에서 합리적인 배달비나 효율적인 배달 시스템 등 각 주체 간의 니즈가 자연스레 맞아떨어지지는 못했죠.

플랫폼 할인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요즘, 수요와 공급의 건강한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각종 쿠폰 등의 출혈 프로모션에 묶음 배달 서비스 도입 및 할인으로 인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려듦에 따라 다시금 배달 퀄리티 저하나 비용의 문제가 야기되지는 않아야겠죠. 

플랫폼의 무리한 경쟁이나 개입이 아닌, 배달비 부담 완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겠습니다. 묶음 배달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배치를 최적화하거나 주문을 분배하는 등의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상점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매출을 더 늘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소비자, 라이더, 상점주 등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합의점을 찾아가 합리적인 비용과 서비스로 배달 시장이 건강하게 순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